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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자식 집 지키고 못생긴 나무 산 지킨다
넓은 들판에 느티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이 나무는 몸통이 휘어져 있고 많은 가지가 뒤틀려 있어 목재(木材)로는
아무 쓸모가 없어 집을 짓는 목수(木手)들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정말 천하에 아무 데도 사용할 수 없는 나무다.
그러나 이 못생긴 나무 밑에는 길 가던 나그네가 피로한 다리를 쉬기도 하고
여름이면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에서 장기도 두고 평상에서 낮잠을 자며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곧고 잘생긴 나무들은 목재로 쓰기 위해서 잘려나가는 하루살이 목숨이지만
이 느티나무는 생명의 위협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자연의 오묘함은 제각기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못생겨도 다 쓸모가 있는 것이다.
요즘 신문이나 TV에서는 잘생기고 공부 많이 하고 똑똑해져 국가의 높은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그 숫자가 하도 많아서 이제 신문 보는 감각도 무디어 졌지만, 그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의 분수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자식을 인물 좋게 낳아 잘 입히고 잘 먹이고 높은 공부시켜
판검사나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을 큰 자랑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잘난 자식들은 부모 곁을 떠나 서울로 미국으로 자기의 합당한 삶의 터전을 찾아간다.
부모는 잘난 자식의 이름만 자식이지 1년에 얼굴 한번 보기도 어렵다.
외국에 가면 더욱 만나기 어렵다.
그리고 잘난 자식에게는 부모가 마치 '상전' 대하듯 한다.
그러나 못생기고 못 배운 자식은 출세(出世)를 못하여 항상 부모 가까이서 맴돌고 있다.
그리고 부모는 나이 들어 늙어가고 있다.
못난 자식은 부모 가까이서 부모가 목마를 때 물도 떠다 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기도 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기 때문에 부모의 고통을 같이 나누고 있다.
못난 자식이 집을 지키는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의 못생긴 느티나무인 것이다.
잘생긴 나무는 목수에게 스카우트되어 산을 지키지 않고 떠나고 못생긴
나무가 자기를 키운 본향(本鄕)을 지키고 있다.
잘난 자식은 부모 곁을 떠나지만
못생긴 자식은 늙은 부모를 지키고 있다.
못난 놈이 자식 노릇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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